그때 그시절 - 가정부 2명 따먹은 이야기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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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아, 누구?...너 저녁에 누구 만난다고?"
"엉.."민문연"이라고 우리 과에 모임이 있어. 사회과학모임이야."
학교 내 벤치에 앉아서 지영이 내게 물었다.
"왜 만나는데?"
"아, 그 패거리가 원래 운동권이야. 신입생 포섭하는 거겠지 뭐."
"그래?"
지영이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지훈아..안 만나면 안돼? 너 그런거 관심없잖아."
"야. 걱정하지마라. 내가 그런데 넘어갈 사람이냐?"
우리과 민문연 3인방 중에서 2명은 2학년인데 이 새끼들은 별로 상대하기 싫었다. 그런데 사실 방종현 선배는 호감이 있었다.
난 신입생 환영회에서 깔끔한 용모의 방선배가 마이크를 잡고 매끄럽게 얘기하는 것을 기억한다. 방선배는 평판이 좋았다.
더구나 나와 같은 고교는 아니지만 인근 사립고교 출신으로 지역적인 동질감도 있었다.
살다보면 남자지만 한번 얘기해보고 싶은 상대가 있는데 바로 방종현 선배였다.
"민문연... 너네 과 모임 들어본 것 같다. 근데 거기서 누구 만나는데....?"
얘가 왜 이런 걸 자꾸 묻지...속으로 좀 의아했다.
"아.. 여자 아냐...방종현이라고 선배야.."
"어멋.."
지영이가 화들짝 놀랐다.
"왜그래?"
"아..아냐...."
"지영이 넌 넌 가끔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더라..."
지영이의 눈치를 살피니 우리 과 방종현 선배를 아는 눈치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2학기 1학년 개강파티 할 때다. 그때도 학기가 시작되면 개강파티라는 명목으로 술집을 잡고 흥청망청 퍼 마셨다.
나 같은 80년대 학번 꼴통대학생들은 솔직히 지겹게시리 공부를 안했다.
우리 학년 여자 중에서 김란영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키작고 똥똥했다. 당연히 내 관심 밖이었다.
얘가 학기초에 나한테 들이댄 적이 있다.
어느 날 나보고 아놀드슈왈츠 제네거가 나오는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지훈아. 너 그 영화 안봤으면 같이 보러 갈래?"
80년대에 단 둘이 영화 보러 가자는 얘기는 곧 바로 노골적인 데이트 신청을 의미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란영은 많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2학기 개강파티 때 넒은 비어홀을 빌렸는데 걔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원래 그런 류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과대표가
하도 지랄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이 자리 저 자리 다니면서 얻어 먹은 OB 맥주 몇 잔에 취한 란영이 나한테 오더니 말했다.
"너 혹시 아직도 영문과 윤지영 사귀니?"
"그냥 뭐....근데 그걸 왜 묻냐.."
"응. 그냥...너한테 일러주고 싶은데..음음...걔 그렇게 좋은 애로 보이지 않아서..."
난 기분이 나빴다. 란영이가 나한테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혹평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피비케이츠 닮은 김란영씨...너 할일이나 잘 해.."
란영이 얼굴이 시뻘개져 날 흘겨보더니 다른 자리로 갔다.
80년대 중반 3대 미녀는 단연 브룩쉴즈, 소피마르소, 피비케이츠 였다.
민문연의 2학년 선배인 석민과 학교 앞 막걸리 집에 허름한 탁자에 마주 앉았다. 방종현은 무슨 세미나 참석차 좀 늦는다고 했다.
사실 방종현은 그 계통에 거물로 보였다. 원래 진정한 거물은 학생회장이니 뭐니 공개적인 직책을 맡지 않고
지하써클을 통해 움직였다.
내 예상이 맞았다. 술 한잔 마시자는 것은 나를 자기네 모임에 가입시키려고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석민은 자기네 모임은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로운 모임이라고도 열변을 통했다.
난 묵묵히 듣고 있었다. 막걸리 몇순배가 돌았다.
아마 사장집 아들인 내가 민문연에 가입하면 상징적인 효과도 클 것이다.
당시 과내에서 일부 까불거리던 운동권애들에게서 난 가끔 부르주아 집안의 자식 취급 당하고 있었다.
"2학년 나부랭이들이 솔직히 뭘 알아.."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석민이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다. 난 대학입학전에 이미 "이념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
게다가 뇌가 섹시한 남자가 하스스톤 모바일 하듯 난 책읽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 아버지는 TK출신으로 완고하고 보수적인 집안에다가 외가에는 군인이 많았다.
내가 알기로 아버지는 당시 민정당 실세 보안사 출신 권x달씨와 동향이라 선이 닿았다.
더구나 나랑 친한 막내 외삼촌은 보안사 중령이었다. 어릴 때 부터 똑똑하던 막내 외삼촌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엘리트 출신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지 보안부대에서 오래 근무했다.
우리 집에 자주 들러서 아버지와 정치얘기를 하고 돈도 많이 받아갔다. 내가 알기로는 과거 보안사 장교들은 워낙 위세가 막강해서
기업인들에게 용돈도 자주 받았다고 들었다.
아마 외삼촌은 아버지를 통해서 돈도 전달 받은 듯 했고 올 때 마다 아버지의 권유로 나한테 대한민국 실정에 대해서 교육해줬다.
석민은 한창 5공화국의 탄생의 부당성과 현 정세의 대학생의 역할에 대해서 진지하게 설명했다.
나는 막걸리를 마시며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석민도 제대로 알고 있는것 같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석민은 한마디로 얼치기 였다.
"제5공화국은 전두환과 군인깡패들이 정권을 찬탈한거야. 바로 잡아야지. 그게 우리 청년학도의 역할이란다."
"글쎄요?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않는 사회에서 권력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총구를 가진 집단으로 흘러갑니다.
필리핀이나 버마, 베트남 같은 아시아를 돌아보고 남미를 보세요. 어쩌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내 기습에 당황한 석민은 목이 타는지 막걸리를 거푸 들이켰다.
"지훈아, 그럼 우리 청년 학생은 가만히 있어야 할까?"
"석민선배. 지금 대한민국 1인당 GNP를 보세요. 이추세로 나가면 80년대 후반에 4-5천달러까지 갑니다.
우리가 세계 최빈국이었잖아요. 민주화는 경제적 수준과 함께 증가합니다. 먹고 살만해지면 민주화는 저절로 따라 옵니다."
석민은 계속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넌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화 국가 정부라고 보는거니?"
"서구 민주주의 역사는 2백년을 넘습니다. 일제 시대를 빼면 우린 기껏 30여년 입니다. 아이가 자라야 어른이 되는거죠.
일제시대 직전에는 왕정이었어요. 왕정! 5공화국 헌법은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7년 단임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보면 되겠네요."
"넌 우리나라 정부가 자주성있다고 보니? 현정권은 미국의 꼭둑각시에 불과해..."
"지금 북괴의 상투적 선전을 그대로 따라하시는군요. 심각한데요. 글로벌 시대에 힘이 센 국가에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소련이 동유럽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듯 말이죠."
"너 80년 광주에서 사람이 죽은 것 많이 알고 있니? 전두환 살인정권은 무고한 국민을 총칼로 찢어죽였어!"
술기운이 오르면서 나의 되바라진 답변에 석민이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스스톤 모바일에 열중한 눈빛 비슷하게 되었다.
언제왔는지 방종현도 어느새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의아하다는 눈길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광주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었는지 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무고한 시민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도 방송국에 불을 지르고 캘리버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도청을 점거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상태라면 어느 나라 공권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겁니다. 진압하겠죠."
"그건 정당한 민중의 항쟁이야!"
"진압군도 적법한 명령을 따른 겁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삽니다."
"뭐야? 너 지금 군사정권 옹호하냐? 말이 안통하네. 이 부르쥬아 같은 새끼!"
논리가 안되니 감정으로 나왔다. 석민은 전형적인 골이 비고 저급한 운동권이었다.
"선배, 지금 말 다하신겁니까?"
나도 술 한잔 들어갔겠다... 결코 지지 않았다.
그 때였다.
"석민이 너 지금 후배한테 뭐하는거야!!!?"
듣고 있던 방종현이 석민에게 소리를 버럭질렀다.
석민이 약간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방종현을 쳐다 보았으나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방종현은 고수였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종현은 금새 인자한 눈빛으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지훈아. 형. 술 한잔 받아라. 광주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흥분해서 그래.네가 이해해라."
"예, 형"
나도 종현에게는 공손히 대했다.
"그런데 지훈이는 이제 1학년인데 되게 해박하네. 혹시 어디서 그런걸 다 들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종현이 조심스레 살피는 듯한 눈길로 나에게 물었다.
"예, 집안에 군인 삼촌들이 많아서 제가 그런가 봐요. 세상 물정 잘 모릅니다. 이해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종현이 얼굴에 일순 당황한 빛이 흘렀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
"아. 그렇구나. 혹시 뭐 어디서 근무하시니? 야전군인이시겠구나."
"예, 제 삼촌들이고 육사 나오셨는데 그냥 정보계통에 종사하시는것 같아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종현이 얼굴에 서서히 경악의 빛이 번져갔다.
대학가의 불온한 문건 몇장에 수십 명이 영장없이 체포되고 굴비꿰듯 보안사로 끌려 가던 시절이었다.
석민같은 얼치기는 몰라도 방종현은 보안사의 위력을 어렴풋이 실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보안사는 5공을 주도하면서 안기부를 능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셌다.
아마 정보계통에 종사하는 육사출신 군인이라는 말에 종현은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방종현은 잠시 무언가 계산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기를 띄면서 침착을 되찾았다.
"그래, 지훈이 똑똑하구나. 오늘 좋은 얘기 잘 들었다. 서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게 올바른 자세지."
그러더니 석민의 옆구리를 치더니 잠깐 밖으로 불러냈다.
석민이 금방 돌아왔다. 아까와는 표정이 많이 달랐다. 왠지 실실 쪼갰다. 종현에게 뭔가 귀뜸을 들은 것 같았다.
"야, 강지훈! 아깐 내가 미안했다. 오늘 그런 심각한 얘기는 그만 하고 술이나 더 마시자. 종현이형은 일있다고 먼저 갔다."
"그래요. 형..."
막걸리를 몇잔 더 돌리니 둘다 얼콰해졌다.
"그런데 종현이형이 뭐래요?"
"아. 너보고 하스스톤..아니 그냥 꼴통이라고 굳이 우리 모임에 입회시키지 말래. 다른 애들 물든다고..."
"하하하하..."
내가 듣기로는 석민은 방종현의 운동권 직계 후배로 알고 있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시국 얘기를 빼니 학년은 다르지만 우리는 둘다 유쾌한 동갑내기 21살 청년으로 돌아왔다.
석민은 술이 들어가더니 점점 헤벌레졌다. 암만 봐도 이시키는 얼치기 였다. 나보고 동갑이니 말도 놓자고 했다.
그래도 난 끝까지 예의를 지켰다. 그러더니 갑자가 뭔가 생각난 듯 나한테 물었다.
"아참, 지훈아. 너 그 누구냐..너랑 같이 다니던...영문과...유...윤...."
"윤지영이요?"
"엉. 너 걔랑 아직도 사귀냐..."
그냥 "네.." 하고 대답하려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일었다. 술이 들어간 석민의 뉘앙스가 어딘가 나한테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하는것 같았다.
난 머리를 굴렸다.
"아, 선배. 지금 사람 뭘로 봐요.아 좀 섭섭하네."
"그치..그럼 그래야지..하하"
"뭔가 있구나..."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석민선배. 오늘 제대로 된 부르주아 짓 해볼까요?"
"꺼억....뭔데"
"제가 오늘 천호동으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응? 천호동. 거긴 내 나와바리는 아닌데.."
내가 새끼 손가락을 들어서 내보이며 씽긋 웃었다. 무슨 뜻인지 알아채리고 석민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이 놈은 시국얘기를 빼면 대기업 계열사 사장 아들인 나에게 호기심과 호의가 있었다.
지금은 하스스톤 모바일에 심취하지만 그때 음악에 흠뻑 빠졌던 나는 엄마에게 돈을 타 야마하 키보드를 구입하려고
꽤 많은 돈이 가방에 있었다. 난 제프백과 협연하던 얀해머도 좋아했고 미국에서 불던 신디사이저에 열풍에 관심 많았다.
물론 어릴 때 체르니 40번까지 피아노 교습도 마쳤다.
"오늘 선배님 말씀도 해주셨는데 제가 넘 버릇없이 굴어서 한번 제대로 모시고 싶어요."
난 재수할 때 내 생일날 술먹고 꼭지돌아서 천호동 룸살롱에 간적이 있었다.
당시 천호동은 점점 떠오르는 신흥 유흥가였다.
이쁜 아가씨가 옆에 앉으니 석민의 얼굴은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처음에는 내 앞에서 조심스러워 하더니
내가 따라주는 양주를 몇잔 처마시더니 진상이 되기 시작했다.
마치 유흥가의 황태자인양 접대녀 허벅지를 쉴새 없이 주물르고 빨통에 손을 넣었다.
팬티에다가도 손을 넣으려고 시도했다.
"아잉..오빠...너무 과격해용..."
"내가 원래 과격한 운동권이야.. 시발, 지훈아, 내가 왕년에 영등포쪽에서 좀 놀았는데 말야."
저급한 술주정이 석민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런 새끼가 무슨 민주투사인양....한심한 놈...
"내가 영등포 역에서 조폭 4명을 때려눕혔다니까. 데모할 때도 내가 맨앞에서 전경애들 대가리 까는 거 봐라."
"와! 석민선배 역시 좀 놀았네요.."
"암...내 별명이 시라소니야..고등학교 때도 쇠파이프 든 깡패 3명이랑 싸웠다니까. 암.."
"아참, 선배 아까 얘기한 윤지영 걔 진짜 심했죠?"
이미 술이 제대로 들어간 석민은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야, 너 걔랑 진짜 잘 헤어졌다. 그거 다 조상의 은공이야. 걔 진짜 뭐냐...지 애인 종우형 군대 보내고..."
"종우형이요?"
"그래...종현이 형 친구말이야.. 미친뇬이지"
"아하.."
나한테는 애인 없다더니 알고 보니 애인 군대 보낸거구나. 더구나 방종현의 친구...시발...
"윤지영 완전히 걸레같는 뇬이야..."
"에이..선배...미제의지배를 받는 식민지 한국에 식민지 군대 가서 고무신 거꾸로 신은 년들이 뭐 한두명인 가요."
지영이는 그래도 내 여친이니 난 반사적으로 기분이 나빴다.
"그거 말고..임마"
내가 지그시 석민 옆자리 파트너 아가씨에게 눈짓하고 발을 밟았다.
내가 물주라는 사실을 잽싸게 알아먹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아잉...시라소니 오빠..말좀 해봐..나도 참 궁금하다..."
"선배. 말 해봐요. 뭐 나랑은 헤어진지 오래에요."
파트너가 잽싸게 석민 입에 안주를 하나 넣어주고 빰에 뽀뽀를 했다. 석민이 맛있게 쩝쩝 씹고 양주 한잔을 원샷하더니
파트너 빨통을 만지작 거리며 또 입을 열었다.
"캬....쓰다...윤지영, 미친뇬이지. 종우형 사귀고 있는데 지네 과애들과 몇명이서 섬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동기 남자 애 하나랑 섹스를 한거야...
와, 시봉뇬...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애들에게 걸렸지. 그게 어떻게 종우형 귀에 까지 들어갔어."
"어머머. 오빠. 대학생들 그러고 노나봐. 엠티인가 뭔가 가면 남녀 섞여서 같이 자고 뭐 그런다면서요?"
"아하..그래서요..."
시발....심장이 조금씩 뛰고 있다.
"미친뇬. 더 웃긴게 그걸 강간 당했다 우긴거야. 처음에는 종우형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애들에게 물어보니 아닌거야.
둘이서 원래 사귀다시피 했다더만. 아. 씨발련. 나한테 한번 대주지.."
"윤지영은 기본적으로 화냥 근성이 있는 뇬이군요.."
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치. 그 때 지영이랑 떡친 놈도 충격 받고 군대갔어. 걔는 윤지영이 자기랑 사귀는 줄 알았대."
"햐.진짜 걸레같은 뇬이네.:"
"문제는 아직도 윤지영이 종우형을 못잊어 한다는거지. 요즘도 편지 쓰고 그런대."
"화냥년 주제에 일편단심이군요."
"잠시도 남자 없이 못사는 뇬이 있어."
"오빠야. 그거 엄밀히 말하면 남자의 거시기야."
"그치..너도 그러냐.헤헤.. ""
석민과 파트너가 수작 떠는 것을 보면서 내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윤지영에게 마음을 줬는데..이 시발...
"몇달 전에 종우형 휴가나왔다가 들어갔거든. 그때도 윤지영이 종우형 따라 다녔어...종우형이 피했다고 하더라.."
"아하...."
"지훈이. 너 진짜 몰라? 아니면 알면서 모른 척 하는거야.."
"대충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잊어버렸어요."
"그치...지훈아. 선배 한잔 좀 따라 봐라.."
"넵... 선배..."
"시발, 내가 왕년에 영등포 꽉 잡을 때 양주 참 많이 마셨는데...내 친구들이 거기서 기도 많이 봤지"
"예. 선배 딱 보면 왕년 가오가 나와요."
"그치..그리고 너 나중에 회사 물려받으면 나도 한자리 줘야 한다.."
"미친 새끼...난 재벌가도 아니고 우리 아버지도 샐러리맨 출신 월급쟁이 사장이라서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니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매판자본의 기득권에게 왜 의지해?"
속으로 난 비웃었다.
"선배, 한잔 더 빨죠. 아가씨. 양주 한병 더 갖고 와"
난 글라스에 양주를 퀄퀄 따랐다. 그리고 한입에 부었다. 그렇게 라도 해야지 속이 부글부글 타서 못견딜 것 같았다.
아, 걸레같은 뇬...이제 알 것 같았다. 몇달 전에 지영이와 걸어가다가 학교에서 어떤 휴가 나온 군인을 먼발치서 본 적 있다.
얼핏봐도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군인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 민자무늬 군복은 진짜 볼품없었는데
그 남자는 참 괜찮았다. 그게 지영이 옛날 애인이었구나.
지영이가 그 군인을 멀리서 보더니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나랑 술마시며 울먹이다가 꽐라된 그날이다.
그랬구나..그랬구나......
"근데 선배는 그걸 어떻게 다 알아요?"
"야. 내가 종현이형 비서실장 아니냐. 종현이 형이 나한테만은 다 얘기하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꼬봉이 자랑이냐..ㅄ새끼...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내 옆 파트너가 잽싸게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을 더 물었다.
"윤지영이 아버지 국영기업체 이사라는 것 다 개뻥이죠?"
"야. 강지훈이. 넌 자꾸 왜 다 알면서 묻냐..나보다 더 잘 아는것 같은데..."
잽싸게 석민 술잔에 양주를 따랐다.
"아이고. 제가 까마귀 고기를 삶아먹었나. 가물가물하네요.."
"국영기업체 이사는 무슨...걔네 부모님이 연희동에 무슨 사장집인가 장군집 집사야. 옛날 같으면 머슴이지. 그 집에 얹혀 살았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다녀서 종우형이 완전 질린거야.
지영이가 음악다방에서 예전에 서빙인가 DJ인가 그런가 해서 팝이니 클래식이니 그런건 기가막히게 잘 안다고 하더라.
근데 소문에 의하면 그 때도 걸레였대"
술이 떡이된 석민은 휘청거리면서 아가씨와 모텔에 들어선다.
"지훈아. 다음에는 내가 너 영등포에서 한번 거하게 쏜다. 거기 아직도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 있어."
나는 셈을 치르고 혼자 나왔다. 가을 밤 달빛이 애잔히 내리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난 혼자 천호대교를 건넜다.
강물에 비친 달이 둥글고 맑다. 한없이 선해보인다. 그 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순희야.....
오늘밤은 왜 그렇게 네가 보고 싶냐....흑흑흑....
너의 집에 전화라도 있었으면 너한테 전화라도 할텐데...
아 시발....순희야...순희야.....
난 다리 난간에 엎으려서 한창 동안 눈물을 폭포수 처럼 쏟았다.
그렇게 젊은 날의 내 가슴도... 내사랑도 쓸쓸히 무너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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